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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나콘다> 보아는 잊어라 뱀의 왕은 나다

by 초보소년 2023. 5. 18.

아나콘다(1997) 포스터

오늘 소개할 괴수 영화는 1997년 개봉한 아나콘다입니다. 지난번 소개해드린 죠스처럼 실존하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사실 큰 뱀 하면 우린 보아를 떠올렸습니다. 이런 말 욕먹을까 봐 안 하려고 했는데 SM의 여왕님 가수 보아 아닙니다. 그 어린 왕자에 나온 모자 그림인 줄 알았는데 실은 코끼리 삼킨 보아뱀이었다는 그 보아 말하는 겁니다. 어쨌든 이 영화가 개봉하고 흥행하면서부터 커다랗고 기다란 무언가의 대명사는 아나콘다가 됩니다. 그냥 순전히 제 느낌입니다. 아쉽게도 아나콘다는 혹평을 받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 재밌게 봤는데 욕을 많이 잡수셨다니 은근히 기분이 나쁩니다. 조악한 줄거리, 아나콘다의 움직임이 너무 판타지스러운 점 등등 잔인한 평론가들은 나의 아나콘다를 물어뜯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팝콘무비로는 제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재밌으면 된 거 아니겠습니까? 한편, 1편의 흥행으로 2편도 제작되었만 시원하게 말아 잡수셨고 3편은 아예 DVD용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비록 혹평을 받았지만 뱀 영화 중 최고의 작품, 아나콘다에 대한 이야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

인류학자 케일을 중심으로 한 다큐멘터리 팀이 아마존에 사는 쉬리샤마라는 원주민을 촬영하기 위해 나섭니다.(혹시나 실제로 있는 부족인가 해서 찾아봤는데 가상의 원주민이었습니다. 역시 고증은 갖다 버렸습니다.) 쉬리샤마 족은 아마존에 서식하는 거대뱀 아나콘다를 신으로 모시는 부족이었습니다. 아마존 강을 항해하던 촬영팀은 난파된 배를 발견하게 되고 그곳에서 샤론이라는 남자를 구조하게 됩니다. 샤론은 촬영팀이 찾던 쉬리샤마 족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살려준 은혜에 보답한다며 가이드를 자처합니다. 하지만 샤론을 만난 것은 촬영팀에게 비극이 됩니다. 샤론의 정체는 밀렵꾼이었고 아나콘다를 사냥에 큰돈을 벌기 위해 촬영팀을 이용하려던 것이었습니다. 일종의 보이스피싱이었습니다. 촬영팀을 제압하고 배를 접수한 샤론은 아나콘다 사냥에 나섭니다. 이 과정에서 촬영팀 다수가 희생됩니다. 샤론은 최후에 남은 주인공들을 미끼로 아나콘다 사냥에 나서지만 아나콘다의 괴력 앞에 계획이 틀어지고 사로잡혀 하늘의 별이 되고 맙니다. 샤론과 아나콘다를 무찌른 촬영팀은 그렇게 찾아 헤매던 쉬리샤마족을 발견합니다. 4명의 동료가 하늘의 별이 된 초유의 상황에서도 야무지게 촬영을 하는 찐 광기를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화려한 캐스팅

B급 영화임에도 캐스팅이 화려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가수이자 배우이자 사업가인 미국의 대표적 셀럽, 우리의 아름다운 제니퍼 로페스 누님이 주인공을 맡으셨습니다. 그리고 미국 코미디 영화를 보셨다면 많이 접했을 오원 윌슨이 나옵니다. 그 코 큰 아저씨 맞습니다. 비록 중간에 퇴장당하는 조연이었지만 윌슨을 삼킨 아나콘다의 배가 사람형체로 튀어나온 장면은 인상 깊었던 씬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영화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빌런 샤론 역의 존 보이튼입니다. 이 아저씨 정말 연기 잘합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이니 두말하면 뭐 하겠습니까. 영화를 보는 내내 "샤론아 제발 하늘의 별이 되어 주렴, 아나콘다야 힘내"라고 기도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소름 돋게 악역을 소화했습니다. 아마 이 아저씨 캐스팅 아니었으면 영화가 하늘의 별이 됐을 겁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존 보이튼이 앤젤리나 졸리 누님의 친 아버지라는 겁니다. 안 닮았습니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영화가 혹평받은 부분 중 하나가 아나콘다에 대한 묘사였습니다. 실제 아나콘다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진짜 느립니다. 물속에선 어느 정도 빠릿빠릿 하지만 육상에선 마치 저를 보는 듯했습니다. 이런 녀석을 아마존을 날아다니는 황비홍으로 만들어버렸으니 평론가들이 화날만합니다. 그래도 영화적 허용으로 넘어가주면 좋지 않았을까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도 아나콘다가 등장하는 장면은 긴장되고 쪼이는 연출이 훌륭했습니다. 공포 영화로서도 훌륭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촬영 감독이 죠스를 촬영했던 빌 버틀러였습니다. 역시 경력직은 다릅니다.

30년이 다 돼 간다

1편의 흥행으로 속편들이 제작되었지만 모두 망합니다. 특히 2편은 아마존에만 서식하는 아나콘다를 인도네시아 토박이로 만들어버리는 고증 오류를 보여줍니다. 물론 이것 때문에 망한 건 아닙니다. 이후 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이 많이 있었지만 아나콘다의 아성을 넘진 못합니다. 영화가 나온 지 30년이 다돼 가는데도 아나콘다가 최고입니다. 뱀 영화계의 반지의 제왕이 되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심장을 조여줄 근사한 뱀 영화가 나오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