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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질라> 고지라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by 초보소년 2023. 5. 19.

고질라(1998) 포스터

오늘의 괴수 영화는 1998년작 고질라입니다. 지난 3편에서 소개한 작품은 일본판 오리지널 고지라였고 오늘은 미국판 할리우드 버전 고질라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 세계 고지라 팬들에게 대차게 욕을 잡수신 작품입니다. 글로벌 캐릭터 고지라와 인디펜던스데이로 초대박을 터뜨린 로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만남으로 괴수 마니아들로부터 엄청난 기대를 받았지만 흥행과 비평에서 저세상으로 가버렸습니다. 그 이유는 차차 설명하기로 하고 이제부터 1998년 영화 고질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줄거리

고기잡이 중이던 일본 원양어선이 태평양에서 정체 모를 거대한 존재에게 침몰당합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파나마에서 엄청나게 거대한 발자국이 발견됩니다. 한편 주인공인 닉은 체르노빌 방사능 오염 돌연변이를 연구하는 박사였습니다. 그를 찾아온 미군은 맨해튼에 있는 비상 대책 본부에 닉을 데려가게 됩니다. 그 와중에 괴생물체는 모습을 드러내고 뉴욕에 상륙하게 됩니다. 닉은 괴물이 프랑스 핵실험으로 만들어진 변종 도마뱀이라 결론 내립니다. 그리고 연구 결과 고질라는 무성생식을 하며 뉴욕에 수많은 알을 낳았을 거라고 합니다. 닉과 그의 옛 연인 오드리와 비밀첩보원(레옹 아저씨)이 합세하여 고질라를 무찌르고 알을 제거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원작파괴

기대를 받았던 미국판 고질라는 망했습니다. 산으로 가는 스토리나 어이없는 고증이 원인이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이건 고지라가 아니다" 원조 고지라를 연기했던 나카지마 하루오의 인터뷰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 한마디로 정리가 됩니다. 원작파괴. 영화 인트로부터 싸한 느낌이 듭니다. 핵실험 장면 그리고 이것을 이구아나가 지켜보는 장면부터 시작이 됩니다. 미국 고질라는 방사능으로 태어난 돌연변이 이구아나라는 설정입니다. 나름 현실성을 부여하려는 설정이라 치고 넘어가 봅시다. 그래 출생의 비밀이 뭔 대수냐 고지라다운 파괴력을 보여주자! 자 뉴욕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라! 근데 왜 도망만 다니는거니?? 어!? 생선을 먹네... 그래 너도 먹고살아야지. 자 가자! 미사일쯤이야! 죽... 죽었어??? 원래 고지라는 불사신이라는 설정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탱크, 미사일은 어림도 없고 핵 맞고도 멀쩡한 게 고지라입니다. 이런 천하무적 괴물이 거대 도마뱀으로 모습이 바뀌고 생선을 먹으며 총과 미사일에 허겁지겁 도망 다닙니다. 고지라의 상징인 입에서 뿜어내는 방사능 열선은 없습니다. 이구아나는 그런 거 못합니다. 한마디로 신과 같은 고지라가 아닌 한 마리의 야생 동물을 뉴욕에 풀어놨으니 괴수 마니아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겁니다. 결국 미국판 고질라는 고지라 마니아 사이에선 없는 자식 취급 당하게 됩니다. 특히 고지라 종주국 일본에서는 기분이 나빴던지 '고지라 파이널워즈'라는 고지라 시리즈에서 미국판 고질라와 비슷한(사실상 저격) 괴물을 등장시켜 끔살을 시키며 그동안 참아왔던 울분을 터뜨립니다. 그리고 작중 X성인의 대사로 확인사살합니다. "역시 참치나 먹는 놈은 안되는구먼!"

참신한 마케팅

비록 영화는 하늘의 별이 되었지만 참신한 마케팅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고질라의 크기를 강조하는 광고가 주를 이루는데 이를테면 버스 광고판에는 "고질라의 발은 이 버스만 합니다.", 건물 광고판에는 "고질라의 턱은 이 광고판만큼 큽니다."라는 문구를 활용했습니다. TV광고에서는 박물관의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을 발로 밟아 박살 내버립니다. 이렇게 고질라의 거대한 스케일로 기대치를 올렸지만 정작 영화에서 압도적인 크기를 느낄만한 연출은 없었던 건 함정. 우리나라에서도 개봉 당시 재밌는 광고가 있었습니다. 대우 자동차 마티즈가 고질라의 거대한 발에 밟혔는데도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며 튼튼함을 어필한 광고였는데 상당히 신선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치며

최악의 고지라. 없는 자식 취급받는 비운의 작품. 그래도 동원 참치가 나와서 살짝 국뽕을 느끼게 해 준 영화. 괴수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그냥 새로운 괴물이라 생각하고 한 번쯤 가볍게 봐도 나쁘지 않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 오리지널 고지라보다 이 작품을 먼저 접해서인지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안 봤습니다.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