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영화상 중에 '새턴상'이 있습니다.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에서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SF, 판타지, 호러 장르들의 제작자들을 위한 상입니다. 1996년, 새턴상의 판타지 부문을 수상한 영화는 드래곤을 소재로 한 영화였습니다. 바로 "드래곤 하트"입니다. 드래곤 영화로서는 드물게 재미와 감동을 모두 챙긴 수작입니다.
줄거리
아더왕의 전설이 남아있는 AD 9C. 기사도 정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기사 보웬이 있습니다. 보웬의 꿈은 명예를 지키는 왕다운 왕에게 충성하며 봉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희망을 세자인 아이넌에게 걸고 기사도 정신을 가르칩니다. 어느 날 왕의 폭정에 소작농들이 폭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왕은 분노한 소작농들에게 잡히게 되고 여기에 휘말린 아이넌은 큰 부상을 당해 사경을 헤매게 됩니다. 왕이 죽임을 당한 상태에서 후계자까지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왕비는 아이넌을 살리기 위해 드래곤을 찾습니다. 드래곤은 죽어가는 아이넌에게 자비로 백성들을 통치하겠다는 맹세를 하도록 합니다. 드래곤의 심장을 나눠가진 자는 의로운 자여야만 했습니다. 그래야지 드래곤이 훗날 생을 마감할 때 영혼을 잃지 않고 드래곤의 별자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넌이 맹세하자 드래곤은 자신의 심장 반쪽을 나눠주며 새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자신의 희망이었던 아이넌이 살아나는 모습을 지켜본 보웬은 드래곤에게 봉사하겠다는 맹세를 합니다. 하지만 아이넌의 본성은 악했습니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폭정을 했습니다. 보웬은 이 모든 게 사악한 드래곤의 심장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날로 드래곤을 사냥하는 드래곤 슬레이어가 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한 드래곤을 만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둘은 사기꾼 콤비가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매력 덩어리 드래곤 '드라코'
서양에서 드래곤의 이미지는 악의 편입니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악하게 그려지곤 합니다. 하지만 드래곤 하트의 주인공 '드라코'는 기사도 정신을 알고 인간을 돕는 드래곤입니다. 심지어 유머까지 있는 매력적인 드래곤으로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드래곤의 목소리 연기를 그 유명한 숀 코너리가 맡으면서 품격까지 더해졌습니다. 1990년대 영화지만 지금 봐도 CG는 어색하지 않습니다.
2절, 3절, 뇌절
생각보다 흥행 성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본전 치기는 했고 판타지 마니아 층에서 반응이 좋았는지 속편이 있었습니다. 제가 '있었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솔직히 만들었는지도 몰랐습니다. 네, 그냥 소리소문 없이 묻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안 멈추고 3, 4, 5편이 제작되었습니다. 6편까지 제작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5편은 넷플릭스에서 방영을 했고 나름 반응이 괜찮았다고 합니다. 6편 역시 넷플릭스 계약이 됐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한 번 봐야겠습니다. 그래도 이걸 6편까지 끌고 간 게 '용'합니다.
마치며
고백하자면 영화 결말을 보고 눈물 찔끔 흘렸습니다. 드래곤과 인간, 어울리지 않는 두 다른 종간의 우정을 잘 표현했고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서 그런지 마지막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습니다. 소위 말해 억지 신파가 없습니다. 글을 쓰려고 유튜브에서 리뷰만 살짝 보고 왔는데도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드래곤 하트, 괴수 영화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볼만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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